지난 11일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인간광우병(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앓던 22세의 여성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이달 초 스페인 정부도 인간광우병으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지정했으나, 생산이력제와 동물사료 금지조치가 철저히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도축 과정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의 통제 지침을 지키지 않아 국내에서도 여러 번 검역중단 조치를 받아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18일 350만 농업인과 국민들의 우려대로, 정부는 우선 갈비 등 ‘뼈있는 쇠고기’까지 개방폭을 넓히되, ‘30개월 미만’ 연령 기준은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 시점에 제한을 풀기로 했다. 특히 광우병위험물질(SRM)의 경우 OIE 권고 지침을 따라 30개월 미만일 경우 제거할 의무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료값 폭등으로 한우 농가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개방 소식에 전국 한우시장에서는 홍수 출하가 줄을 이으며 한우값은 20~30만원 폭락하였다. 상당수 농가들이 보유한 한우를 전량 도축한 뒤 전업을 고려중인 가운데, 자칫 국내 한우 생산기반의 붕괴와 생산농가의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서 “한-미간 쇠고기 문제가 합의됐으니, 한-미 FTA의 조속 발효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익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350만 농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식품안전권을 철저히 포기하며 무책임한 전면 시장개방을 부추기며 정부 스스로 표방해 온 ‘실용외교’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국익의 핵심인 식품안전권 및 농업인 생존권이 걸린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검역주권의 문제를 한-미 FTA 시장개방과 맞바꾼 정부의 잘못된 행태에, 350만 농업인과 12만 농업경영인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실패하여 전국적인 확산 추세를 막지 못한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우며 명분없는 ‘묻지마 식 전면 농업개방’에만 매달릴 경우, 이명박 정부는 350만 농업인과 전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모든 책임은 국민과 350만 농업인을 내팽개친 현 정권에 있다는 점을 한농연은 분명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