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장면과 양념통닭
우리나라 외식업종 중 점포수 기준으로 1위는?
자장면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는 기성세대는 중국 음식점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외식업의 대표주자는 중국 음식점이었고, 자장면은 세대를 불문하고 예나 지금이나 가장 사랑 받는 메뉴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자장면이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정답은 치킨 전문점이다.
이 결과에 대해 40대 이상은 고개를 갸우뚱할 지도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자장면 못지않게 양념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가까이 접한 30대 이하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장면과 닭고기(치킨)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중국 음식점은 2000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인데 반해 치킨 전문점은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표1에서 제시된 숫자는 양념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통닭집’만을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닭고기 소비를 주도했던 찜닭, 불닭, 닭갈비, 닭발 전문점 등은 빠져 있다.
여기에 한식으로 분류하고 있는 전통음식 즉, 삼계탕, 백숙, 닭볶음탕 전문점 등을 더하면 4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식업 종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두 업종간의 점포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 음식점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닭고기 전문점이 더 늘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현재까지의 추세를 반영한 의견이 아니라 닭고기 외식산업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근거를 기초로 하고 있다.
닭고기 품목의 다양화, 소비층의 확산, 창업의 편리성, 웰빙 트렌드 등이 그것이다.
2.왜 외식업은 닭고기인가?
소, 돼지, 닭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3대 육류의 소비 패턴은 오랫동안 돼지, 소, 닭의 순서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 순서가 바뀐 것은 불과 2년 전인 지난 2005년이다. 닭고기와 소고기의 소비량 순위가 바뀐 것은 1993년 이후 12년 만이다.
물론 타 육류와의 가격차이를 무시할 수 없고, AI를 극복한 이후 2004~2005년도에 닭고기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데 반해 소고기가 광우병이나 구제역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요인도 있다.
그러나 거시적인 소비 트렌드를 살피면 닭고기 소비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첫번째 트렌드는 닭고기 품목의 다양화이다.
삼계탕이나 백숙, 닭볶음탕 정도가 전부이던 닭고기 메뉴가 양념통닭, 프라이드 치킨으로 확대되고 찜닭, 닭갈비, 불닭으로 차별화되더니 이제는 팝콘치킨, 치킨너겟, 스모크 치킨 등 다양한 육가공품까지 전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제는 적어도 연령별, 취향별, 상황별로 골라 먹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찜닭이나 불닭처럼 한 시기를 풍미하다가 정착이 되는 메뉴가 있는가 하면 양념통닭 같은 스테디 셀러도 있다. 지금 당장 닭가슴살 샐러드 전문점이나 즉석 닭다리 바비큐 전문점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는 소비층의 확산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옛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곳이 닭고기 외식 시장이다.
닭고기가 제법 귀한(?) 메뉴로 대접 받던 시절에 성장한 세대는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닭고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80년대 중반이후 양념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자란 세대는 습관처럼 닭고기를 먹게 된다.
하물며 닭고기가 일상 메뉴로 자리 잡은 90년대 이후에 성장한 20대 이하는 말 할 나위도 없다.
이 말은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섭취하는 육류 중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이며 향후 닭고기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셋째는 창업의 편리성이다.
IMF 이후 닭고기 외식업은 이제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4년에 출범한 한국치킨외식협회만 해도 31개 회원사에 13,000여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이처럼 성업중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며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점포관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경기변화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으로 인식되어 창업 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치킨 프랜차이즈의 확산에 한 몫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닭고기 소비의 증가와 웰빙 붐의 확산이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증가의 원인을 열거했지만 무엇보다 큰 원인은 닭고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더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닭고기 소비량은 미국의 1/4 수준에 불과하며, 생선에 대한 선호도가 유난히 높아 타 선진국에 비해 육류 소비가 적은 편인 일본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이나 일본 뿐만 아니라 2005년도 기준으로 홍콩(38.8kg), 대만(29.3kg), 말레이시아(38.3kg) 등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타 아시아 국가들도 닭고기 소비량은 우리보다 크게 많은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웰빙 붐을 타고 과거에는 인기 없던 부위인 닭가슴살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닭고기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금의 웰빙 붐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가격과 영양 측면에서 적색육 대비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한 백색육 닭고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당연한 논리가 되었다.
지금까지 닭고기 소비증가와 닭고기 외식산업의 발전을 정비례 관계에 놓고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에서의 닭고기 소비패턴이 아웃도어 중심(배달 포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닭고기 외식산업이 닭고기 소비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역할은 핵가족화와 소득수준 향상, 맞벌이 가정의 확산 등과 맞물려 더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닭고기 외식산업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 받은 것은 아니다.
해묵은 몇 가지 과제를 시급히 풀지 못한다면 한 단계 올라서서 안정적인 성장을 누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닭고기 외식산업은 먼 길을 돌아가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3.닭고기 외식산업의 과제
닭고기 외식산업이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즉 우수한 아이템과 탄탄한 소비층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업종 종사자들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고 잠재적인 종사자들을 무리 없이 흡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 첫째는 품목의 다양화이다.
앞서 품목의 다양화가 닭고기 소비증가의 주원인 중 하나임을 밝혔고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닭고기 제품의 종류는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여전히 닭고기 외식업의 주력 메뉴는 양념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이고 나머지는 그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파워풀한 메뉴가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양념통닭이 처음 나온 80년대 중반 이후 20년 이상 그에 상응할 만한 메뉴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 모두를 고민에 빠뜨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90년대 이후 찜닭과 불닭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닭고기 외식업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외로 빨리 그 인기가 고개를 숙인 느낌이다.
지금도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매장에서는 찜닭과 불닭을 찾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하니, 수명이 짧았던 원인이 메뉴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류만 좇다가 맛이나 품질관리에서 허점을 보인 것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이 사례는 사양화 되어가는 중국 음식점에서 ‘짬짜면’이라는, 식상한 듯 하면서도 신선한 메뉴로 돌파구를 찾은 장면과 오버랩되어 닭고기 외식업계에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공동홍보의 필요성이다.
수입육의 범람과 삼겹살 같은 특정부위에 소비가 집중되어 골머리를 앓던 양돈업계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시행한 공동홍보는, 국내산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하고 타 부위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키는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육업계에서도 그 필요성을 느껴 육계 계열화 업체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산발적으로 자조금 사업을 통한 공동홍보를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를 배가 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홍보와 외식업계도 참여하는 범 닭고기업계 홍보로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몇 년 안에 닭고기 시장이 다시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파이 확대론을 전제로 한다.
선진국과 우리 주변국의 닭고기 소비량 및 증가세를 근거로 우리나라 닭고기 산업이 향후 몇 년간 고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공유할 수 있다면, 당분간은 시장 쟁탈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시장 점유율 싸움은 파이가 충분히 커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돼지고기와 달리 닭고기는 브랜드화가 많이 진척되어 있고, 제조업과 외식업, 그리고 외식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꼭 일치하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을 통해 닭고기의 우수성에 대해 소비자들도 업계 종사자만큼 많이 알고 있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이것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은 자칫 시장에 대한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지금은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산발적으로 입력되어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묶어주고,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낚싯바늘의 기능을 할 컨셉트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홍보만이 그 역할을 가장 효율적이고 손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4.맺음말
소득수준과 비례해서 외식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정설’이다. 미래에도 ‘닭고기’라는 아이템이 외식산업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두 가지 결론을 조합해보면 닭고기 외식산업의 미래가 보인다.
그러나 트렌드를 만들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고무나 완구 같이 경쟁력을 상실한 업종에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업체가 있는 마당에 닭고기 같은 성장산업에서, 외식업 같은 유망산업에서 희망을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AI와 같은 변수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분명 닭고기 외식산업은 현재도 성장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도 성장 그래프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