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소식

정운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취임식

파란알 2008. 3. 1. 18:47
정운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취임식

“농어촌뉴타운 건설…농식품 유통고속도로 구축”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취임사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운천입니다.

장관 내정 소식을 듣고 저는 먼저 시간을 내 해남에 다녀왔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군 참다래 유통사업단을 둘러보고 거북선농업을 구상한 울돌목에 들렀습니다. 진도대교 위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30여년의 농업인생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습니다.

어려운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시장개방으로 참다래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뿌리가 뽑히는 좌절도 겪었고, 5년 넘게 비닐하우스 안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인고의 시간도 보냈습니다. 태풍과 화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는 다시 일어섰고, 결국 오늘의 참다래 산업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꿈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참다래를 부자작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꿈, 농업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터전이 되도록 하겠다는 꿈을 움켜잡고 놓지 않았기에 모든 시련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그 꿈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참다래에서 실현한 꿈을 농어업의 전 품목, 전 분야로 확산시키기 위해 장관의 중책을 기꺼이 짊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농어업의 위기를 말합니다. FTA를 비롯한 국내외 여건을 들어 농어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걱정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전망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합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실패하는 사람은 위기를 보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기회를 봅니다. 위기를 보는 사람에게는 위기가 도래하고, 기회를 보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도래합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자, 제가 30여년의 농업인생으로 터득한 세상의 이치입니다.

진도대교 위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파도하면 대부분 시련이나 고난을 떠올리지만, 저는 용솟음치는 활력을 보았습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기운이 넘쳐나는 농어업,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오는 농어촌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썰물이 남긴 지저분하고 얼룩진 해변을 깨끗이 쓸어안는 밀물처럼, 썰물시대의 농어업에 팽배한 불신과 비판, 절망, 상처,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활력과 희망이 충만한 농어업, 밀물시대의 농어업을 열어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것이 장관으로서의 저의 꿈이자, 여러분과 함께 이룩해야 할 역사적 소명입니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오늘날은 무한경쟁의 시대이면서 농산물 공급과잉의 시대입니다. 생산물은 남아돌고 경쟁은 극심해 생산 못지않게 판매가 중요합니다. 그런 만큼 농어업의 밀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수동적·방어적 농어업에서 벗어나 능동적·공세적 농어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는 지키고 보호하는데 역점을 둔 지금까지의 방어적 정책, 즉 「방패 정책」의 바탕 위에서 농어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능동적인 「창 정책」을 연계하여 농어업의 새로운 밀물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먼저 농어업과 농어업인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기존의 각종 지원정책을 차질없이 일관되게 추진하겠습니다.

개방확대에 대응한 농어가 소득안정을 위해 직접지불제를 확충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 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빈발하는 자연재해에 대비하여 농작물·가축·양식수산물 등 재해보험의 대상품목과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종합적인 위험관리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연금보험료 및 자녀학자금 지원, 농어촌학생 기숙사 설립, 영유아보육비 및 농가도우미 지원 등 농어가의 생활안정대책을 강화하겠습니다.

농가의 악성부채 해소를 위해 농지은행을 활용한 새로운 부채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은퇴 농업인의 생계지원을 위해 경영이양직불제 개편 및 농촌형 역모기지론 도입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비료·사료 등 급등하는 농자재 가격에 대응하여 면밀한 가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농어가의 경영불안을 해소해 나가겠습니다.

궁극적인 농어가 소득향상을 위해 식품산업을 육성하고 R&D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원료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첨단과학 기술을 접목하여 가격 등 기존의 경쟁력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다음 네 가지 핵심과제를 주축으로 한 '창 정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여 농어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습니다.

첫째, 시군단위로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농어촌뉴타운을 건설하겠습니다.
농어가, 지자체, 정부가 공동출자하는 시군단위 유통회사를 설립하여 관내의 생산물을 전담 판매토록 하겠습니다. 또한 삼사십대의 정예 농어업인이 모여 사는 농어촌뉴타운을 건설하여 거주에 대한 불편없이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품목별로 국가 대표조직을 육성하고 규모화된 농어업회사 설립을 지원하겠습니다.
주요 품목별로 전국의 생산농가를 총괄하는 대표조직을 육성하고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겠습니다. 아울러 자본, 기술, 경영이 결합된 기업 형태의 규모화된 농어업회사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농식품 유통고속도로를 구축하겠습니다.
농장에서 공장, 매장을 거쳐 식탁으로 이어지는 농식품 유통고속도로를 구축하여 신선하고 질좋은 농식품을 값싸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체제를 갖춰 나가겠습니다.

넷째, 시장·군수 중심의 현장농정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정책 집행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일선 시군에 부여하여, 시장·군수 책임 하에 현장상황과 여건에 맞게 집행하는 현장 중심의 자율농정 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방패 정책」의 바탕 위에 이와 같은 「창 정책」을 조화시켜 추진해 나간다면 우리 농어업은 오늘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밀물시대,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밀물은 거대한 하나의 물결을 이룰 때 큰 힘을 발휘합니다. 서로 부딪치고 어긋나면 해안에 닿기도 전에 부서지고 사그라질 뿐입니다.

농어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산업이라는 같은 뿌리의 농업, 수산업, 식품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야 새로운 밀물시대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을 통한 농림수산식품부의 발족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 농림수산 가족 모두는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명심해 서로 배려하고,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저는 다음의 네 가지 기본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여, 농림수산 가족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첫째, 희망의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희망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명약입니다. 희망은 뜻을 모으고, 힘을 내게 하고, 그 길로 나아가게 합니다. 희망은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인식할 때 생겨납니다. 농어업이 나아갈 이정표와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모두가 벅찬 가슴으로 일할 수 있도록 희망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둘째, 긍정의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긍정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농어업에 종사함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할 때 생겨납니다. 농어업의 가치와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모두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긍정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셋째, 창조의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창조는 새로운 가치의 창출입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 새로운 품질,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창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척, 저장, 포장 등 여덟 가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시장에서 천대받던 고구마를 최고의 우등상품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제게는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품목,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창조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넷째, 신뢰의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농림수산 가족은 모두가 한곳을 향해 손잡고 나아가는 동반자이자 운명공동체입니다. FTA의 파고를 함께 이겨내야 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손잡고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믿고 신뢰해야 합니다. 믿지 못하면 뜻을 모을 수 없고, 신뢰하지 못하면 힘을 합칠 수 없습니다.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 허심탄회한 대화로 모두가 화합하는 신뢰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저는 5년 5개월의 비닐하우스 생활을 통해 농업인의 어려움과 아픔, 희망과 소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태안에 내려가 기름띠 제거 작업을 하며 한번의 실수가 우리 어업과 어업인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발이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며 농어업인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한편, 농어업인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공직자 여러분들도 농어업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감을 가슴 깊이 새겨 언제나 농어업인을 위하고 섬기는 자세를 견지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모습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한사람이 꿈을 꾸면 상상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농림수산 가족 모두가 서로 믿고 신뢰하며,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자세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면 농어업의 밀물시대는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앞장은 제가 서겠습니다. 그날을 향해 우리 모두 손에 손을 맞잡고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08.2.29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정운천

.

정운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취임식이 2.29(금) 오후 늦게 과천정부청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식은 농업·수산업 등 1차산업 중심에서 식품산업까지 아우르게 되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새롭게 탄생한 농수산식품부의 초대 장관에 기대가 큰 만큼 이번 정 장관의 취임식은 취임사만 하던 과거와 달리 정 장관의 특별 강연과 중창단 공연 등 특색 있는 행사로 꾸며졌다.

정 장관은 취임사와 ‘농어촌에 밀물의 시대를 열자!’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유관기관 임직원에게 오랜 농업 현장경험에서 나온 평소 지론을 전달했다.

개방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농어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간의 수동적·방어적 농어업에서 벗어나 능동적·공세적 농어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농어촌에 만연한 불신과 비판, 절망,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활력과 희망이 충만한 “밀물의 시대”를 열어 가자고 강조했다.

농어업의 밀물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핵심과제로서 1시군 1유통회사 설립 품목별 국가 대표조직 육성’, ‘대규모 농업회사 설립 1시군 1농업 뉴타운 건설 농식품 유통고속도로 구축’ 등을 제시하여 앞으로 농수산식품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또한, 농정의 기본원칙으로 “희망·긍정·창조·신뢰”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전의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합쳐져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출범하는 만큼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중창단(바리톤 우주호와 음악친구들) 공연이 열렸고, 참석자들은 “청산에 살리라”, “산촌” 등 농어촌 관련 가곡을 함께 부르며 즐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