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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사료와 양계산물

파란알 2008. 9. 4. 09:57

 강원대학교 오상집 교수

Ⅰ. 들어가며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 보니 축산물 자체를 멀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닭고기와 계란으로 대표되는 양계산물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하여 심각한 소비위축의 파동을 겪은 바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전 세계 축산물의 소비 동향을 살펴보면 타 축산물에 비하여 점차 닭고기와 계란의 소비신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는 에너지 및 곡류가격, 그리고 이에 따른 사료가격 급등으로 상대적으로 사료 이용율이 우수한 양계산물에 대한 축산식품으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우려하고 있는 안전성 문제만 해소시킬 수 있다면 양계산물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따라서 본 글을 통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서 유기양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Ⅱ. 유기양계와 안전한 양계산물의 생산
1. 소비자가 느끼는 양계산물의 안전과 현실적 안전
축산물의 안전을 거론할 때마다 항상 제기되는 문제가 소비자가 느끼는 안전한 축산물과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안전한 축산물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양계산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는 조류독감이나 항생물질 잔류를 가장 큰 위해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실제 과학 및 의학계에서는 오히려 살모넬라와 같은 식중독 유발 미생물이 가장 큰 위해요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안전성 항목과 현장에서의 안전성 저해요인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사료나 사양관리 방법을 통해서 생산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소비자가 느끼는 안전항목이나 그 정도가 현실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안전체감도는 주로 생산방식에 대한 신뢰정도, 사회적 분위기 등에 의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생산자의 신뢰회복으로 충분히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양계산물의 안전성 위해 요인
유기양계를 통하여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기에 앞서 먼저 명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안전한 양계산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 것이다. 최근 들어 축산물의 안전을 저해한 다양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해하거나 추구하는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정의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양계산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경우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잔존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광우병의 영향으로 닭고기나 계란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이들 두 사태는 직접 소비자가 먹는 양계산물의 안전성과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안전한 양계산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유기사료란?
유기 사료란 단미 원료 사료의 생산, 가공, 제조에서 최종 배합사료의 제조 시점까지 反 有機적(non organic ) 물질이 포함되지 않으며, 급여 대상 가축의 자연적 섭식 생리에 적합하게 제조된 사료를 의미한다. 반유기적 성분이란 환경 오염물질, 인공합성 화학 또는 생물물질, 유전자 조작 물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이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오염된 사료뿐 아니라 이들이 오염된 토양, 수계, 대기환경에서 생산된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유기사료에 대한 앞에서의 정의를 보다 실질적으로 정리하면 주로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관리를 하면 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유기 식물성 사료의 경우 생산과정에 농약, 화학비료 및 영양제, 화학 보존제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둘째로 사료가 생산, 저장되는 토양, 제조 가공되는 공장이나 시설이 상기 반 유기적물질들로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이때 일시적인 무오염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오염 되지 않은 기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개 2년의 기간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로 유기 사료를 제조할 때 항생물질, 약품, 합성 성장 촉진제, 홀몬제 등 기존에 사용하던 사료 첨가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기 사료라고 해서 매우 까다롭거나 유별난 사료는 아니다. 실제 유기 사료를 규정하고 차별화하는 이유도 농업의 지속과 생태 환경의 보존, 식품 건강성의 향상이라는  큰 틀을 지향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사료에 대한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해석을 유보하는 이유는 유기 축산의 시행 국가에 따라 여건과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도 유기 축산의 근본 취지를 충족하는 과정이라면 세부적인 차이를 용인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인증기관에 따라 유기 사료에 대한 규격 요건에 다소 차이가 날 수 가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사료의 급여기간, 급여 예외적 조건, 심지어 자급 유기사료의 급여 비율 등에도 차이가 있다. 이는 유기 축산 인증기관이 유기 사료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각자 주어진 여건의 차이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2. 유기사료의 판별 및 평가
적합한 유기사료의 공급은 생산된 양계산물을 유기 축산물로 인증(認證, certification)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유기 사료의 종류, 생산 가공 규격, 유기 사료의 활용 방법, 유기사료의 급여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나 정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유기양계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유기 사료의 수급에서 활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하는 유기 사료를 판별하고 평가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유기 사료를 판별하고 평가하는 주요 과정이나 평가 주안점을 요약하면 사료의 생산방법, 사료의 유래, 사료의 제조가공 방법, 사료의 성분, 사료의 기능 항목별로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은 인공합성물질의 오염이나 투입을 제한하고, 위생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원료 단미사료나 제조 단계를 제거하고, 급여 시 동물의 복지 및 건강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사료나 성분을 제거하여야 함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3. 유기양계사료와 양계산물 안전성과의 관계
 유기양계를 하기 위하여 유기양계사료를 급여할 경우 이는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는 것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연관되어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체계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야 유기양계를 통하여 목적하는 안전 양계산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관성이 낮은 대책인 경우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목적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유기양계산료를 급여한다고 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나 그 영향력은 유기사료에는 항생물질과 같은 인공 첨가제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양계산물에 오염 또는 잔류될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농약/화학비료를 통하여 생산된 사료곡물이나 그 부산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축적되거나 잔류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그러나 유기사료를 급여하였다고 해서 환경으로부터 유대하는 유해미생물의 생산, 도계, 유통과정에서의 오염은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양계산물의 안전성을 가장 빈번하게 저해하는 유해미생물 오염은 양계사료의 종류에 상관없이 철저한 방역/ 차단/ 위생처리를 통하여 그 발생빈도를 현저히 낮추어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어차피 발병 시 계군 자체가 살 처분되기 때문에 이들이 양계산물로 전이 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설령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양계산물이라 하더라도 조리과정에서 사멸되므로 이에 관한 관리는 유기양계사료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유기양계산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안전성 자체가 일반 양계산물에 비하여 우수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유기양계 과정에서 해충이나 기생충으로부터 침해를 당할 가능성은 오히려 높다. 물론 이러한 침해 자체는 양계산물의 안전성과는 관계가 적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유기양계산물의 경우 포화지방산이 줄어들고 고도의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져 양계산물의 저장기간이 길어지게 될 때 산패가능성이 더 높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Ⅲ. 맺으며
 유기사료의 급여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안전성은 우선 항생물질이나 농약/화학비료, 홀몬제 등이 전혀 없는 양계산물의 생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GMO 사료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일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유기사료 자체보다는 유기양계가 요구하고 있는 방사나 충분한 공간 제공에 따라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는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양계산물의 생산이나 저 앨러젠 양계산물의 생산도 간접적으로 양계산물에 대한 체감 안전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기사료를 급여하는 유기양계는 이제 안전한 양계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생산자의 의지와 양계 기술적 진보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체감 안전항목이나 비중을 보다 현실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항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양계산물에 대한 비생산적이고 불확실한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양계가 소비자에 인정받고 생산자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는 산업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