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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마음을 꿰뚫어라

파란알 2009. 2. 9. 07:48


양계산업…고객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먼저다

양계산업에 MD라는 직책을 가지고 근무하면서 제일 많이 느낀 것은 바로 ‘의사소통의 부족’현상이다. 농장은 농장대로, 유통은 유통대로 그리고 마트는 마트대로 자기 목소리만 높이려고 하지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양계 몇 월호 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떤 농장주가 쓴글에서 ‘앉아서 펜대만 굴리는 인간들’, ‘차만 가지고 다니면서 싼 것만 찾아다니는 인간들’ 때문에 몇 십년을 고생하고 땀을 흘린 농장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다고 하면서 한탄하는 글을 읽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농장-벤더(상인,유통)-유통업체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현대양계에서 그 멍석을 깔아준다고 하니 좋은 기회다 싶은 마음에 글을 쓰기로 했다. 이런 기회들을 통하여 서로간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심도 있게 나누었으면 좋겠다.

《손자(孫子)》 〈모공편(謀攻篇)〉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의 실정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적의 실정은 물론 아군의 전력까지 모르고 싸운다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


지금은 전쟁의 시대이다. 옛날처럼 칼과 총을 겨누고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경제라는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전쟁이다. 또한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상대를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 정말 무서운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을 하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손자병법의 주된 내용이다. 상대를 알기 위해서 손자는 용간편(用間篇)에서 간첩에 대한 내용들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지금 누구랑 싸우고 있는가? 우리는 바로 소비자(고객)들의 욕구와 싸우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계속 변하고 있고,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좋았다가 싫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예전에는 1인 1색 이었다면 지금은 1인 100색이다.

그래서 우리 소매업을 하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다. 똑 같은 상품을 가지고 오늘은 소비자가 만족을 하더니만, 다음날에는 돌변하여 엄청난 불평과 불만을 토해내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설문조사를 한다든지, 각 상품별 매출트렌드를 살펴보아 소비자의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추론한다든지, 광고나 트렌드가 어떤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등의 피눈물 나는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왜 소비자인가? 왜 고객인가? 지금 왜 고객에 대해서 논의하는가? 바로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우리가 월급을 받을 수 없고, 우리 회사가 영위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을 알아야 하고, 고객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소매업체의 역할이다. 확장시킨다면, 사업체를 운영하든 아니면 회사에서 근무하든 모든 사람들의 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 양계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우리 양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고객에 대해서 민감하지 않다. 고객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고객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생산을 담당하는 종사자들이 더욱 그런 것 같다. 고객에 대한 관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일을 왜 하는가? 쉽게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럼 돈을 누가 벌게 해주는가?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 고객이 외면하는 회사는 돈을 벌 수 없다.

쉽게 말해 계란을 사먹을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망한다. 우리 계란을 고객이 외면하면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아무도 돈을 벌 수가 없다. 이러한 개념은 아주 기초적인 것이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 세상에 돈과 연관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과 연관된 사람이라면 무조건 고객이 필수적으로 연관되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고객을 간과하고서 우리가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럼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사료회사의 고객은 농장이다. 그렇기에 사료회사는 농장에게 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료회사는 농장주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농장주가 원하는 것은 닭이 질병이 없고, 계란을 잘 낳는 것이다. 그러면 사료회사는 어떤 사료를 생산해야 하는가? 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사료를 만들어야 하고, 계란을 잘 낳을 수 있는 성분이 적정하게 들어간 사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각종 경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가진 사료를 공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농장들은 무조건 ‘싸면서, 병에 안걸리면서, 알도 잘낳는 사료’를 원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은 없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듯이 ‘싸면서 좋은’ 사료는 없다.

만약에 사료회사가 잘못하게 되면 양계산업의 모든 채널이 뭔가 찜찜한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내가 돈내고 사먹을 수 있는 계란을 만들도록 해야지, 돈내고 사먹기 찜찜한 계란을 만들어 내는 사료를 쓰는 농장이 망하지 않을까?

2. 농장의 고객은 상인 또는 유통이다. 그렇기에 농장은 자기 계란을 팔아주는 상인이나 유통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내가 생산한 계란을 팔 곳이 없으면, 큰일이 난다.

상인이나 유통에게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상인이나 유통이 가져가고 싶은 계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할인점 MD이기 때문에 할인점의 입장에서 말하면, 할인점에서 좋아하는 계란은 크기는 특란, 반점이나 울퉁불퉁하지 않고 색이 진한 것 그리고 계란을 깨뜨렸을 때 노른자가 탱탱한 계란이다.

물론 노른자와 흰자의 색깔도 중요하다. 너무 어렵나? 아니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고, 만들 수 있고, 생산해내고 있는 계란이다. 그럼 농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농장은 본연의 일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톱니바퀴 중에서 농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장이 생산해야 할 계란은 아래와 같은 계란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계란의 동향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면밀히 살펴보는 기회도 가지려고 한다.)

A.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계란
B. 나만 가지고 있어서, 다른 계란과 완전히 차별화 된 계란(단, 돈내고 사먹는 소비자가 인정하는 계란)

3.상인이나 유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유통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유통의 고객은 할인점이다. 그러면 유통은 할인점이 좋아하는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통이 할인점이라는 고객을 대할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계란에 문제가 생기면 유통 본인의 잘못이지, 생산의 잘못이 아니다. 무조건 농장쪽에 문제를 돌리는 듯한 인상을 심어 주어서는 결코 잘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계란은 받지 말고, 가공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원인을 분석하여 동일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좀 더 철저하게 검사하고 분류하여 유통마트에 그 계란이 납품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안 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지금 제일 힘든 것은 계란가공 업체(유통)가 아닐까 싶다. 돈을 주고 사오는 농장에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납품을 하는 유통마트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계란유통을 안 할 수도 없고…정말 진퇴양난이 아닐까 싶다…

지금 계란유통업체의 개편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계란가격은 높고, 유통 시킬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고…솔직히 유통은 농장에서 나오는 모든 계란을 다 받아서 유통마트가 원하는 계란(크기,품질 등)만 납품하고, 나머지 계란은 또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금번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4.유통마트의 고객은 바로 돈내고 사먹는 소비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계란은 무엇인가? 아까 말했듯이 크기는 특란(물론 우리나라 일부 소비자들은 왕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왕란 행사를 하면 판매가 아주 잘 된다), 반점이 없고, 울퉁불퉁하지 않고 색이 진한 것 그리고 계란을 깨뜨렸을 때 노른자가 탱탱한 계란이다.

물론 이왕이면 가격이 저렴하면 좋겠고,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는 품질이 좋은 계란이다(고객이 지갑을 열려면 엄청난 고민을 한다. 자신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계란을 사려고 하면 어떤 계란을 돈내고 살 것인지…) 그럼 유통업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통마트는 고객을 대신하여 상품을 구매해주는 대행업체와 같다.

고객이 다니면서 사야 할 것을 유통마트가 한 곳에 모아놓고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 말이다. 품질이 좋은 계란을 사와야 하고, 생산에 대한 신뢰가 있는 계란을 사와야 하고, 맛있는 계란을 사와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수고했다고 수고비도 주고 돈을 내고 계란을 사주는 것이다.

왜 이 상황에서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올바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열심히 해서 이 방향으로 갔는데, 고객은 그게 아니라 저쪽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의 열심은 헛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올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나를 아는 것보다 상대방을 아는 것이 먼저다. 고객을 아는 것이 먼저다. 돈을 누가 벌게 해주는가? 그것을 먼저 기억하라.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 그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라. 그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