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칼럼, 전문가진단

2008년 산란업계 현황

파란알 2008. 12. 22. 16:43

 
양계인들 자긍심을 가지고 현업에 종사해야


2008년 무자년 쥐띠의 해를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쓰는 시기가 되었다니 세월이 정말 빠른 것 같다. 올 한해는 사료값 폭등과 사육수수 증가로 인한 계란가격의 약세로 우리 채란농가들에게 어느 해 보다도 더 힘들었던 한 해로 기억될 듯 하다. 그러면 올 한해동안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을 살펴보자.

1.국제유가와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값 폭등
2007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를 했고, 그 결과로 바이오 에탄올의 생산에 옥수수가 사용되고 바이오 디젤의 생산에 콩이 사용됨으로써 옥수수와 콩의 국제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몇몇 곡물의 국제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제한된 경작면적 때문에 다른 곡물의 가격도 동반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합성아미노산 같은 사료 원료도 함께 가격이 올라 사료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2006년 6월에는 kg당 240원 정도였던 산란사료의 가격이 2007년 6월에는 kg당270원, 12월에는 290원, 2008년 3월에는 340원, 6월에는 380원, 9월에는 430원으로 올랐고, 10월에는 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아 2년 새에 2배 이상으로 폭등을 하여 우리 채란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축산인에게 크나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업친데 덮친격으로 2008년 봄부터 우려되어 왔던 미국발 국제금융위기가 닥쳐와 환율 불안을 일으키면서 현재에는 1달러당 14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이 우리의 목을 더욱 옥죄고 있다.

 

사료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면 지난 10월 인상된 사료가격은 달러당 1150원 선에서 맞춰져 현재의 환율을 사료가격에 적용하자면 올해 안에 kg당 50원 이상은 추가인상을 해야한다고 하니 갈수록 증가하는 생산비 앞에 계란가격은 그대로이니 걱정이 앞선다.

금년들어 예년보다 많이 눈에 띄는 광경이 낙농을 하는 사람들이 추수가 끝난 논에 들어가 볏짚을 묶는 것이다. 오르는 건초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볏짚이라도 확보하여 생산비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는 노력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채란업은 전 축종을 통틀어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도 사료 원료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터라 환율과 국제곡물가가 오르면 따라서 오르는 사료값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까운 일본처럼 기금이 운용되어 곡물가가 올라가도 기금을 풀어 완충역할을 해주는 장치를 하루속히 만든다거나, 넓은 토지를 가진 국가와 장기 임대계약을 해서 사료곡물을 재배해 들여오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서 우리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외부의 요인 때문에 우리의 생업이 위협받는 경우를 줄일 수 있도록 범업계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 할 것이다.

2.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
올해도 4월 1일 전북 김제의 양계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5월 8일 서울과 부산에서 발생할 때까지 총 19개 시, 군, 구, 33개 농가에서 HPAI가 발생을 하였다.

 

2003년 12월과 2006년 12월에 이어 세 번째 발생이다.(그림1 참조) 올해에도 역시 600만수 이상의 가금류를 살처분하여 국가적으로 많은 손실이 발생하였고, 이동제한등의 조치에 묶여 많은 양계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불편함을 겪었으나 그 정도에서 마무리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만일 우리나라에 HPAI가 상재화되어 우리 양계산물의 수출등에 문제가 생기고, 해마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HPAI가 발생을 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항상 HPAI가 발병을 할 때마다 협회 차원에서 백신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재까지는 수의과학검역원을 비롯한 방역당국에서 방역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HPAI가 발병을 할 때마다 많은 경제적 손실이 있었지만 그나마 전국적으로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잘 막아 그 정도의 선에서 잘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HPAI의 발병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뚜렷한 국내 유입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불안한 점중에 하나이다.

 

방역당국에서는 유력한 원인으로 철새를 지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필자는 국내에서는 HPAI에 의한 철새의 폐사사례나 야생조류에서의 HPAI 바이러스 분리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HPAI라는 질병의 특성상 국내에서 상존하고 있다가 해마다 반복해서 발병이 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만큼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유입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결과제일 것이다. 물론 그러한 연구가 필자의 말처럼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지만 국내 양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방역당국뿐만 아니라 양계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을 모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된다.

3.산란종계 입식 증가와 산란계 사육수수 증가
2003년 말 HPAI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하면서 살처분과 계란 소비위축으로 인한 계란가격 하락으로 입추의지가 약해졌고, 그 결과 사육수수가 4800만수대로 떨어지면서 사상 유래없는 호황을 맛봤던 우리 채란인들은 이번 2008년 또다시 HPAI가 발병을 하면서 지난번 학습효과로 인하여 계란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올 3월부터 7월까지 300만수 이상되는 병아리를 입추한 결과로 400만수 가까운 산란계를 살처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에는 5790만수, 6월에는 5972만수, 9월에는 5820만수라는 근래에 없었던 사육수수 증가를 보였다.

필자가 8월에 있었던 채란인 대회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지난 몇 년간의 계란 가격과 사육수수의 상관관계를 보면 대략 5200만수 이내의 사육수수를 유지하면 계란 가격도 생산비 이상을 상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5800만수까지 늘어 있는 사육수수를 5200만수 선까지 감축시키지 않으면 우리 업계의 앞날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사육수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난 9월 채란분과위원회에서 결의한 것 처럼 우리 모든 채란농가들이 합심하여 병아리 입식을 자제하고, 생산성이 나쁜 노계는 조금 일찍 도태시키는데 동참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수감축노력이 지속되려면 지난 몇 년간 시행해 온 종계쿼터제의 도입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업계 자율적으로 종계쿼터제를 실시하면서 매월 250만수 내외의 초생추가 분양되었고, 그 혜택으로 우리 채란업계는 안정적인 계란가격이 유지되면서 꾸준한 성장을 해 왔다. 작년 연말 회의에서 비싼 초생추 가격 때문에 종계쿼터제를 반대하면서 올해 입식된 종계의 숫자가 지난 10월까지 이미 전년도 입식숫자의 115%가 입식되었고, 이 추세대로라면 금년도 종계 입식수수는 60만수 가까이 되면서 내년도 우리 채란업계의 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양계농가 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업체 지정
금년 봄부터 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양계농가에 적용하기 위해 논의가 시작되었고, 지난 7월 농림부에서 산란계 사육단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 지침 및 모델이 소개된 이후로 11월 3일 현재까지 14곳의 양계 농가가 HACCP 적용농장 지정을 받았다.

 

국가에서 축산농가에 HACCP 지정을 해준다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라 업계 내부에서도 반대의 의견도 많았지만,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원하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는 무턱대고 반대만 하고 있을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앞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자금 지원등의 조건에 HACCP 인증농가에 한한다는 조건이 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 우리 사양가들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지 않으면 우리 양계만 도외시되어 정부로부터의 각종 지원은 받지도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계란은 믿을 수 없는 식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외면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해 가면서 잘못된 부분은 하나하나 고쳐 나가고, 그 잘못된 부분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양가가 없도록 협회나 관련 부처에서 신경을 써 나간다면 앞으로 우리가 생산하는 계란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우리 양계인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현업에 종사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렇게 글을 써 내려오다 보니 참으로 올 한해는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힘든 한 해였다. 2009년 기축년은 우리 양계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올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