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과 햇볕을 마음껏 쪼이게 하고 근친을 막고 새끼들의 먹이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줘 건강하게 키우는 과학적인 사양기법으로 흑염소를 사육하는 박현석(65)씨는 지난 1996년 사육이 쉽고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흑염소 사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호흡기 질병과 설사로 폐사하는 염소가 많고 특히 장마철엔 사육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염소가 죽어나갔다.
고심 끝에 염소도 사람이 사는 집처럼 환경을 바꿔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축사를 설계, 전남도의 지원을 받아 3m 높이에 축사를 설치하고 바닥은 철망을 깔아 분뇨가 자동으로 빠지도록 해 항상 쾌적한 상태가 유지되도록 했다.
병원균이 서식하려면 습도·양분·온도가 갖춰져야 하는데 가축이 분뇨를 배출하는 순간 3m아래로 떨어지므로 자동적으로 질병이 차단된다. 베란다를 설치해 바람과 햇볕도 쬘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방목장에는 가장 잘 자라면서 영양가가 높은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심어 매일 오후 3시 이슬과 초지의 흙이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만 일정한 시간동안 계획방목을 실시한다.
흑염소는 습기가 있는 곳에서 질병에 약하고 오랜 시간 방목시 근친교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염소에서 나오는 축분은 1년간 모아뒀다가 초지로 되돌리는 자연순환농법을 도입했다.
축사 50평 1칸에 염소 암컷 50마리, 수컷 1마리를 넣어주면 스스로 자연교배로 새끼가 태어나며 생후 3개월이 되면 수컷은 따로 모아 거세한 후 비육하고 암컷은 따로 모아 50마리씩 새로운 칸에 이주시키고 새로운 수컷 1마리를 넣어준다.
분만을 마친 암컷은 새끼와 함께 별도 양육칸으로 이동, 10마리 정도의 산모가 함께 새끼염소를 10일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새끼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에 새끼 전용사료를 줌으로써 산모와 새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사육한 흑염소의 폐사율은 0%다. 과거 새끼가 어미로 자랄 때까지 절반을 살리기도 어려웠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로 전국에서 대형버스로 견학을 올 정도다. 630평의 축사에서 연간 600여마리를 출하해 8천만원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