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안전성과 농업연구관
서석철(농학박사)
최근 세계는 곡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증가, 중국 및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식량수요의 증가와 유가급등,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응한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곡물가의 상승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곡물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계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날로 줄어드는 경작면적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류에게 닥쳐온 새로운 도전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전자변형 작물 시장을 다시 한번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상업화된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대표주자는 아무래도 유전자변형 작물일 것이다.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가 시작된 후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9년도에는 25개국에서 134백만 헥타르에 걸쳐 재배되었다. 이는 유전자변형 작물이 재배되기 시작한 1996년(170만 헥타르)에 비해 79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등 개발도상국의 GM작물 재배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세계의 GM작물 재배면적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GM작물이 지니고 있는 장점으로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작물생산체계에서 식용과 사료 및 섬유 안보를 향상시키기 위한 작물 생산성 증대, 빈곤과 기아 완화에 기여, 환경에 미치는 농업의 영향 감소,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소 및 바이오연료의 비용 효과적인 생산에 기여를 제공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세계 대다수의 국가에서 유전자변형 작물을 재배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농업이 식량공급 산업으로부터 다양한 고기능성 소재를 생산하는 고부가 기반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초반부터 생명공학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였고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생명공학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선정하여 정부 연구소, 대학, 기업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생명공학 기술 수준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2009년 현재까지 18작목 88종의 유전자변형작물과, 2가축 9종의 형질전환동물을 단계별로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변형 작물의 품종화, 산업화는 아직 이루지 못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대한 여론이 가장 나쁜 나라 중의 하나이다.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장점보다는 위해성 등 부정적인 측면에 동조하는 비율이 높아 유전자변형 작물의 식품 및 환경 안전성 혹은 안전관리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면서 일반 국민, 소비자의 우려가 확산되었고 이에 따라 유전자변형생물체 및 생명공학이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실제적인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위해성에 비해 매우 엄격한 규제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엄격하고 복잡한 규제제도는 앞으로 유전자변형 작물의 개발과 실용화가 국제적으로 일반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기술 발전과 기술로부터의 혜택을 극대화 하는데 큰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국책사업을 통해 유전자변형 작물 개발과 관련된 기반 기술 체계를 구축하였고 안전한 유전자변형 작물의 실용화를 위한 역량을 키웠다. 또한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코자 GMO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 변형 작물 규제 제도의 합리적 조정 및 안전한 먹거리 생산 지침 등을 통해 우리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농업생명공학과 유전자변형 작물은 우리의 농업과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기술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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