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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이후 국내 양계산업의 방향

파란알 2008. 2. 4. 08:11

      농가 관련업계 자조금 사업 적극 참여 요구

1.미홉한 한미 FTA 국내대책
한·미 FTA가 매듭지어지던 지난 4월에는 정부는 가히 혁명적인 국내대책을 내놓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다시 지난 6월에 후속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양계산업의 고질병을 하나라도 고쳐 줄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했으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한마디로 정부가 내놓은 한·미 FTA 양계산업 보완대책은 실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양계부문 국내대책의 핵심은 품질의 고급화와 안전성 및 신선도가 유지된 생산물의 공급이다. 요컨대 고품질 신선 양계산물만 생산하면 잘 될 것으로 떠들고 있다. 그러나 고품질 신선 축산물을 생산하면 뭐하나? 제값을 받을 수 없는 축산물 유통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인데...... 현재처럼 투명하지 못한 양계산물 유통체제로는 아무리 질 좋고 신선한 안전 닭고기나 계란을 생산해도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둔갑판매에도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 그 중에서도 특히 축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정부관리도 말하면서 내놓은 대책은 어찌 그리 미온적인지!

2. 양계산물 소비 홍보 강화
양계산업의 가장 절실한 과제는 소비 촉진이다. 이를 통하여 양계생산자는 물론 가공, 유통업자 모두의 이익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란이나 닭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설득하여야 하는 바,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법은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동시에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수입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믿을 수 없어서' 혹은 '정서에 맞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수입 농산물 구입을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입 농산물을 일상적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 농산물 구매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수입 상품 구매 의향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입 농산물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55.2%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공산품인 수입 자동차 구매 의사를 밝힌 소비자 42.9%보다 높은 수치이어서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변화로 국산 농산물 애용을 애국심에 기대 호소하는 마케팅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따라서 안전성, 품질, 신선도 면에서 국산농산물 이용이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된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여줘야만 수입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산 농산물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신토불이'는 이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3. 시급한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공급체계 구축
생산 된지 한달이 넘은 계란이 버젓이 상온에서 유통되고 있어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신선도와 안전성 만으로 외국산 양계산물과 경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품질고급화, 신선도 유지, 안전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으면 이를 위한 모든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 아닌가? 우리도 일본처럼 계란의 상미기간(常味其間; 신선함이 유지되는 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회수(리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분간 유통업자들이 손해를 볼지 몰라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비자의 계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오히려 계란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계란 세척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물론 유럽에서는 계란 세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계란을 세척하면 계란의 저장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세척을 안 하려면 계란을 깨끗이 하는 과정이 뒤따라야함에도 우리 계란은 유럽수준에 비하면 원시적이다. 계분이나 닭털이 그대로 계란에 붙어있는 일이 다반사다. 소비자들의 계란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는 날이면 끝장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미국처럼 계란을 세척하고 코팅을 통하여 저장능력을 높이는 작업을 의무화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의 모든 계란은 세척 후 정부기관 검사를 받아야 하고 "미국농림부가 이를 보증 한다"는 스탬프를 찍어준다. 우리도 이제도를 도입 정부보증서를 붙이면 소비자의 신뢰도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4.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할 계란도매시장
산란계업계의 고질병이라면 가격 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할 계란 도매시장이 없어 상인과 농가 간 흥정에 의해 그때그때 가격결정이 이뤄지고 일부 대규모 상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의 축산물 공판장이나 계란 집하장을 개편해서라도 계란도매시장을 하나라도 설립하여 계란가격이 상인의 전화통에서가 아니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계란 도매시장 설립을 놓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폄하하는 자들도 있다. 당연히 상인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불투명하여 허술한 면이 있어야 거저 먹을거리가 생길 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단순히 다른 농산물 도매시장 수가 줄어든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농산물 도매시장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거기에서 경매로 결정된 가격이 전국의 계란 기준가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엄격한 법집행으로 안전성을 높임
정부가 원산지표시제나 이력 추적제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그동안 정부의 단속 의지와 실제 단속이 쉽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악덕업자"를 뿌리 뽑기 위하여 가혹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비상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상한선을 규제하고 있으나 상한선대신 하한선을 규제하여 "3년 이상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고쳐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몇 차례 재미 보다가 한번 걸리면 "신세 망친다"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잡는다"고 이러한 원산지표시 의무 시행여부를 어떻게 감시, 감독하느냐가 문제이다. 기껏해야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의무 관련법의 실효성이 크게 의심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농림부 및 농업관련 기관 공무원, 지자체 농업부서 공무원들에게 농산물 원산지 표시 의무 관련 위반에 대한 현장 처분권한을 부여하여 마치 교통경찰이 위반차량을 발견 즉시 현장에서 발칙금을 고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줌으로써 감시, 감독인원도 확보하고 위반사례에 대한 증거인멸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연거푸 터지는 계란업계의 악재
엎친데 겹친다고 양계업계에 연거푸 악재가 터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 불거진 가금 인플루엔자가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 지난 5월말, 한 공영 TV 방송에서 산란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방영하자 계란 가격이 또다시 폭락했다. 실제로 사건 발생 전에는 특란기준 개당 98원하던 것이 6월 22에는 현재 87원으로 떨어져 생산비 89원을 밑돌았다. 양계협회, 계란유통협회가 나서서 항의를 해봤으나 "엎질러진 물"이요, "사후 약방문"이 되어 버렸다. 즉시 광고를 통하여 TV 방영내용의 부당성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텐데 광고낼 돈이 없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악재가 반복되면 계란은 영양만점의 최고식품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 반은 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자조금제도가 뒷받침되었더라면 좋을 텐데.....

7. 출발도 못하는 계란 및 닭고기 의무자조금제도
산란계 및 육계 의무 자조금은 출발도 못하고 있다. 양계 자조금 사업을 보면 양돈 한우 낙농분야와 달리 양계업계에서는 자조금 사업에 관한 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유인 즉, 육계의 경우 자조금 관리위원회 임시대의원회가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바람에 관리위원과 감사 선출이 안되었다.
육계의 경우는 생산량의 90% 정도가 계열화에 의하여 생산되고 있으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도축장에 들어오는 닭의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계열회사에 있음에도 자조금은 사육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 같은 농업선진국에서도 육계자조금은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축산 자조금 사업을 막론하고 자조금 사업은 사업의 주체인 농가들과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육계의 경우는 계열업체와 사육 농가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조금의 수혜 폭이나 자조금 비율을 정할 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일방적인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란계의 경우는 자조금 거출기관이 노계도축장으로 처음부터 잘못 지정되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을 고치자는 방안도 나왔으나 쉽사리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료업계, 부화업계에 기대보려 했지만 말도 못 붙일 정도이다. 설령 사료나 병아리에 자조금을 붙이는 것이 합의된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주된 생산물이 아니고 생산 자재이므로 자조금 정신에 어긋난다. 따라서 대안은 계란 집하장을 지역별로 확대 개설하여 모든 계란은 집하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유통될 수 없도록 하고 여기에서 계란에 의무 자조금을 부과하면 될 것이다. 농장에서 집하장까지의 수송은 농가가 책임지면 상인과의 마찰도 줄이고 계란 집하 차량에 의한 질병감염, 전파의 우려도 없어질 수 있으며, 계란유통업자의 계란 수집에 따른 교통난 문제도 자동으로 해소될 것이다. 물론 정부와 축협의 엄청난 투자와 양계농가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지만......

8. 육계산업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
육계업계의 고질병은 뭐니 뭐니 해도 계열화 현장에서의 사육농가와 계열업체간의 갈등구조이다. 이는 마치 노사가 대립하는 노동현장을 방불케 하는 대결구도임에도 쉽사리 완화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육계산업발전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육계산업 평화 정착을 위하여 농림부가 깊게 개입 필요가 있다. 농가와 계열주체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계열농가와 계열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득이 분쟁이 발생하여 사육농가와 계열주체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를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해주는 중립적인 제3기관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가칭"육계 계열화사업 중재위원회"같은 것을 설치하여 정부재정으로 운영, 육계산업 평화정착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사육농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요, 계열주체를 위한 것도 아니다. 육계산업 전체를 위한 일이다.
위원은 15명 내외로 하고 계열농가와 계열주체에서 동수의 위원을 추천하면 판정에 대한 객관성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분쟁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경우 중재위원회의 보고서가 판결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육계 자조금 사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앞서 말한 갈등구조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9. 위생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수입닭고기
수입닭고기가 해동과정에서 위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있어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냉동으로 수입된 닭고기는 규정된 해동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영세업자들은 상온에 방치해두는 방식으로 해동을 하다보니 위생적인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냉동달고기의 해동과정을 제2의 가공으로 보고 철저한 위생조건을 걸면 관세 인하 못지않은 추가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10. 닭고기 및 가공제품의 수출
일본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해 있으면서 닭고기 성수기가 우리와 서로 다른 채 연간 500천톤 정도의 닭고기를 수입하는 일본의 현실을 잘만 활용하면 한국 육계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한, 중국의 상위 4% 소득수준 부자 소비층(5천만명)을 겨냥한 한국의 가금육을 포함한 우수 농산물 수출 가능성을 역발상차원에서 연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이나 동남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삼계탕이나 너겟등 가열처리된 닭고기 제품의 수출가능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가열처리된 닭고기 제품은 가금관련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신선육 수출보다는 손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