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업계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통계청의 가축통계자료에 의하면 08년 6월 산란계 수수가 5,972만수에 달해 사상초유의 사육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월의 산란계 수수는 6천만수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과도한 병아리 생산을 부추킨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 계란 값의 고공행진이 한몫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특란 평균가격은 122.5원 이었으며 올 1월과 2월은 130원, 3월은 136.5원 이었다.
고 난가가 지속되자 산지농가에서의 병아리입식이 크게 늘어 금년 1∼3월 사이에 879만5천수의 산란 실용계가 입식 되었으며 4월에는 예기치 않은 AI로 살처분된 산란계 400만수 대부분이 6개월령이상 산란실용계로 이들의 살처분으로 계란공급의 약10%가 줄어들게 되자 업계일부에서 2004년 겨울 AI사태로 인한 대량 살처분과 이어진 2005년의 고난가 시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무분별한 병아리입식을 불러와 4월에서 6월까지 997만5천수의 산란 실용계가 입식 되었다
여기에 HPAI로 살처분된 농가는 아직 입식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 산란계 사육수수 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산란계 사육수수 증가로 과잉생산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산란종계 쿼터제 재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산란종계장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산란종계는 2004년부터 2007년 6월까지 자율적으로 41만8천수의 쿼터량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6월 쿼터제가 폐지된 이후 올 상반기에만 32만1천수로 지난해 입식된 물량 44만9천수의 71.3%에 해당되는 물량이 이미 상반기에 입식 되어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5, 6월에는 각각 9만1천수, 9만6천수의 종계가 입식 되었다. 쿼터제 재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산란종계장들은 산란종계가 늘어난 것은 근본적으로 산란계 사육시설 증가와 이에 따른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쿼터제 도입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생산농가와 종계부화장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계란소비시장이 침체돼 산란업계전체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과잉공급 우려와 사료가격과 유류비인상 등으로 생산원가가 크게 상승해 올해 계란생산비는 10개당 1,109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산지 집란가격이 이를 밑돌며 장기화되면 채란농가의 경영압박이 가중되어 농가부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06년 봄, 채란업계는 산란실용계 생산주령을 100주령으로 제한해 강제환우와 경제주령 연장으로 인한 계란의 과잉생산과 저 품질계란 유통근절과 계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경제주령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이 실효를 거둬 06년 4월 서울지역 특란 평균가격이 99원에 머물렀으나 5월과 6월에는 105원으로 올랐고, 7월 112원, 8월 112.6원 이었으며 10월 6일 중추절을 앞둔 9월에는 127.3원으로 치솟았다. 당시의 계란 개당 생산비가 지금보다 약 15∼20원 낮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경제주령 지키기 운동은 생산비를 상회하는 가격으로 끌어올린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이 일을 거울삼아 노계군의 자율 조기도태로 계란생산량을 감축하고 강제환우를 자제하고 산란실용계 입식을 조절하는 한편, 생산성이 낮은 종계군의 조기도태와 입식규모를 감축하는 일이 급선무이고 이와 함께 소비촉진을 위한 대국민 홍보강화에 전력해야 할 때이다.
특히, 우리나라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계란의 왜곡부분을 바르게 알려야 한다. 계란은 하루에 두개 정도 먹는 것이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옳지 않다. 정상적인 사람의 체내에는 100∼120g의 콜레스테롤이 있다. 계란 한개의 콜레스테롤 양은 약 0.23g에 불과해 계란을 많이 섭취해도 혈중 콜레스테롤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계란을 하루에 10개씩 한달간 먹어도 체내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미국에서는 1인당 연간 계란소비량이 280개 내외인데 한동안 1인당 소비량이 30개정도 감소한 때가 있었다. 계란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계란위원회(AEB : American Egg Board)는 의무자조금을 통해 국민을 대상으로 계란의 진실을 올바르게 알려 떨어졌던 소비를 회복한 예는 좋은 본보기이다. 생산농가를 비롯한 업계종사자의 강한 의지와 열망에도 불구하고, 거출수납기관을 지정하는 문제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산란계 의무자조금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계란의 유통경로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거출금을 징수할 수 있는 길목을 찾기 어려운 점이 있고, 사료업체, 부화장, 도계장 등을 놓고 거출기관 지정을 추진하여 왔으나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아직까지 확실한 대안을 돌출하지 못한 상태지만 자조금의 효과는 주인의식이 고취되고 산업의 응집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타 축종 의무자조금 시행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국내 계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점과 계란의 과, 부족현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꾀하기 어려운 산란산업의 부침현상을 타파하고 장기적으로 산업발전을 위해 업계를 살리는 자조금을 납부하면서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대내외적 위기상황을 공동 대처해 외국 농축산물 수입이나 여타 품목과의 경쟁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산란계의무자조금 도입은 하루 빨리 이루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채란업 종사자 모두의 지혜와 응집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